금메달보다 소중한 것

금메달보다 소중한 것

금메달보다 소중한 것

Blog Article

금메달보다 소중한 것


매번 올림픽이 열릴 때면 금메달 얘기뿐이에요. 하루 종일 중계방송을 내보내는 텔레비전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어느 종목에서 경기를 하는지 알려 줘요. 특히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출전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금메달에 도전한다는 부담스러운 멘트를 반복해서 내보내고, 모든 채널에서 동시에 중계해요. 그런데 올림픽 때만 되면 온 시민의 관심이 스포츠에 몰리는 나라, 금메달 소식에 온 국민이 밤잠을 설치는 나라가 정말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일까요?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를 따져 보려면 어떤 걸 살펴봐야 할까요? 우선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얼마나 골고루 따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포츠를 즐기는지를 따져 볼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한국은 2016년 리우 하계 올림픽에서 총 28개 종목 중 9개 종목 양궁, 태권도, 사격, 펜싱, 골프, 유도, 역도, 레슬링, 배드민턴에서 메달을 땄어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총 15개 종목 중 6개 종목 봅슬레이, 쇼트트랙, 스노보드, 스켈레톤, 스피드스케이팅, 컬링에서 메달을 땄고요. 양쪽 모두 전체 종목의 약 3분의 1 정도에 집중된 게 보이지요? 스포츠를 잘하긴 하는데 골고루 잘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튼튼해지려면 여러 가지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스포츠가 튼튼해지려면 여러 종목을 두루두루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더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생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발견해서 열심히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런데 한국이 올림픽 메달을 딸 정도로 잘하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우리들이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아요. 배드민턴이나 축구, 태권도는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그렇지만 선수들처럼 정식으로 배운 친구들은 드물 거예요. 그밖에 레슬링이나 사격, 양궁, 펜싱, 스켈레톤, 컬링 같은 종목들은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쉽게 접할 수 없고요. 예를 들면 양궁을 하는 데 필요한 활, 화살, 과녁 같은 장비를 구하기도 힘들고, 활을 쏴 볼 장소를 찾기도 어려워요. 어쩌다 한 번 구경하거나 체험할 수 있을 뿐, 배우고 수련할 기회를 갖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금메달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 스포츠를 누리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거죠.

이건 한국에서 스포츠를 육성하는 방식 때문에 그래요.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불러요. 금메달을 따기 위해 유망 종목을 고른 다음 소수를 따로 뽑아서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거든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기회를 주고, 그중에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올림픽을 내보내는 게 아니고요. 모두가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스포츠를 누릴 권리가 있는데, 그동안 한국은 '금메달'에만 관심을 가졌던 거예요. 예전에는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이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한국은 그렇게 작고 약한 나라도 아니잖아요?

유럽에는 룩셈부르크라는 작은 나라가 있어요. 인구가 59만 명으로 한국의 경상남도 김해시 54만 명와 비슷해요. 나라가 작다 보니 지금껏 올림픽 역사에서 딴 금메달의 숫자가 단 '한 개'에 불과해요. 그런데도 룩셈부르크는 스포츠 천국이에요. 시민들은 언제든 원하는 때에 근처 체육관과 수영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대요. 전체 인구의 약 6분의 1인 10만 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따지 못한다는 이유로 룩셈부르크를 스포츠 후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포츠 강국은 어떤 걸까요? 모두가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딸 수 없더라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배워 나갈 수 있는 나라 아닐까요? 시합에 나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튼튼해져야 스포츠를 더 잘할 수 있고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나씩 찾고, 배워 나가는 활동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중에 친구나 가족들과 행복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생전에 만져 보기 힘든 올림픽 금메달보다 소중하지 않을까요?

Report this page